민폐끼치고 투정받은 날

내가 한 찬구에게 민폐를 끼치고
한 친구가 내게 투정을 부리던 날이었다.
눅눅한 주말 괜시레 장농을 바라보다가 무슨 바람이 들었을까. 모든 옷을 다 꺼내에서 정리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도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너무 많은 옷들 때문에 한두시간이면 끝이겠지 했던 예상과는 다르게 4시간 정도 걸리고 말았다.
때문에 쓸데없이 기력을 소비한데다 날씨도 눅눅하고 이래 저래 피곤하기도 해서
잠깐 눈을 붙였더니 오후 5시 반.
친구와 약속이 깨어지고 미얀하다며 사정 사정하며 달래고
다시 방바닥에 몸을 뉘이고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가 지났을까? 영화라도 한편 보자는 심정으로 컴퓨터를 켜고 이래저래 뒤지고 있던 찰나
메신져로 메세지 하나가왔다.
"뭐해 동구씨.."
그냥 있다고. 별다른거 없이.라고 했더니 영화나 보자고 한다. 고향이 경북인 그 녀석은 트랜스 포머가 그렇게도 보고 싶다고하며 가자고 투정을 부리는 것 이였다.
시간은 여섯시반 하루종일 집에있는 것도 그렇게 유쾌한 것은 아니라 내심 갈까...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거리때문에 (보자고 하는 극장은 집에서 지하철로 대략 10코스 정도되는거리) 쉽사리 마음을 정하기는 어려웠다.
결국 가기로 결정(사실 나도 그 영화가 조금 궁금하긴했다). 9시에 만나기로 약속을 정하였다.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길을 나섰다.
밤. 그리고 어두침침한 지하철.
이른 밤. 늦은 저녁 시간 지하철은 제법 한산하였다. 주말인데다가 이제 다들 집에가는 시간이라
시내로 가는 지하철은 공허하리만큼 승객이 적었다.
간만에 들린 시내는 약간 낮선 그리고 또 익숙한 밤거리였다.
자주 걷는 그 길은 시간이 시간이니만큼 인적도 드물어졌고 또 상점들도 문을 속속들히 닫기 시작했다.
약속장소에 30분정도 일찍 도착한지라 책을 읽으면서 기다리고 있으니 연락이 왔다.
도착했다고. 영화표 두장을 사서 극장에 앉아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뻔한 내용
뻔한 전개
뻔한 결말
그 뻔한 내용이지만 그래도 최첨단 그래픽의 향연에 도취되어 그냥 와~~하는 탄식음만 낼 뿐이였다.
영화는 끝나고 지하철 막차 시간은 다되어가고. 친구가 미얀한지 급하게 발걸음을 재촉했다.
나 때문에 늦게 영화봤으니 지하철 막차 놓치면 안된다고말이다.
종종걸음으로 뛰다 걷다 하며 지하상가를 통과하다 문득 상가의 횡한 모습이 맘에들어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찍으련느 찰나 친구녀석이 프레임안으로 들어오는것이 아닌가.
그냥 안찍으려고 하다 이것도 괜찮겠다 싶어서 셔터버튼에 손가락을 올렸다.
그리고 지금 보는 이 사진.
현상된 필름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진을 스캔 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떻게 지금 살고 있을까?
꿈도 없이 그냥 시험 잘치고 남들 다가는 대기업에 들어가서
월급받고 결혼하고 애낳고 애키우고 그리고 퇴직해서 노후보내는 그런삶을 향해서
뻔한 전개를 따라 몸을 내맡기는건 아닐까 하고.
정말 내가 원하는 내가 즐길수 있는 꿈도 없이 그냥 내자신을 내던지는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사진을 찍은 그때도 잠깐 그런 생각이 들었다.
12시 지하철 막차 타기 직전에 찍은 사진 한장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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